취업 준비를 하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서류 탈락 한 번에 자신감은 바닥나고, 주변의 친구들은 다들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 나는 왜 아직 혼자 가만히 서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누가 뭔가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이야기가 더 위로가 된다. 그래서 요즘 나도 챙겨보는 네이버 연재 웹툰 중에서, 취준생의 마음에 조용히 위로가 되는 작품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은 순간
혼자 방에 누워서 웹툰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온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내가 겪는 감정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었단 걸 느낄 때, 묘하게 위로가 된다. ‘며느라기’는 사실 결혼 생활 이야기지만, 이걸 보면서 회사 생활 생각나는 사람이 많을 거다.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눈치 보며 살고, 애써 괜찮은 척하는 그런 모습들. 꼭 며느리가 아니어도 다들 공감하게 된다. 유쾌하게 풀어내지만 진심은 가볍지 않아서, 보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이 많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주인공이 이번 생을 더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여러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자꾸 나 자신을 겹쳐 보게 된다. 괜찮아, 나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드는 웹툰이다. 그리고 ‘어제의 봄’. 이건 좀 더 현실적이고, 아프다. 취업 걱정, 가족 문제, 경제적인 고민까지. 너무 생생해서 불편할 정도지만, 그만큼 몰입하게 된다. 이 속 인물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간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따뜻한 이야기 보고 싶을 때
진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위로도 조언도 필요 없고, 그냥 조용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보고 싶은 날. 그런 날 딱 맞는 웹툰들이 있다. ‘나의 작은 새’는 조용한 분위기와 서정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족 간의 관계, 삶의 여백 같은 주제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대사보다 표정이나 장면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인상적이다. 감정이 격해지는 날, 이걸 보면 괜히 눈물이 맺힌다. ‘무용과 남학생’도 추천하고 싶다. 무용이라는 흔하지 않은 전공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들이 나온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 주변과의 비교,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꼭 취준생의 마음 같다. ‘나도 저렇게 애쓰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고래별’. 배경은 일제강점기라 무거울 수 있는데, 인물들 간의 대화가 정말 따뜻하다. 힘든 시대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가 전해진다. 연출도 예쁘고, 감정선도 깊어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되는 작품이다.
매주 기다리게 되는 소소한 루틴
취업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게 시간이다. 너무 길고, 너무 조용해서. 그래서 나는 매주 웹툰 올라오는 요일을 챙기게 되더라. 어떤 건 수요일, 어떤 건 금요일. 그거 하나 기다리는 게 은근히 루틴이 되고, 하루가 조금은 덜 허전하게 느껴진다. ‘내 곁엔 없어’는 말이 많지 않다.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라서 밤에 불 끄고 누워서 보면 더 잘 읽힌다. 인물들 감정선이 깊게 느껴져서, 복잡한 생각이 많을 때 보면 좋다. 조금 더 극적인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두나!’도 괜찮다.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설렘과 환상도 섞여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다. 가볍게 보기에도, 진지하게 보기에도 둘 다 잘 어울리는 웹툰이다. 그 외에도 ‘여름방학’, ‘오늘의 순정망화’ 같은 작품들은 짧고 가볍게 웃고 넘기기에 딱 좋다. 무겁지 않게 하루 마무리할 때, 소소한 재미와 위안을 주는 그런 웹툰들이다.
취업 준비는 정말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의욕이 꺾이고, 내가 맞게 가고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 무언가 특별한 해결책이 필요하기보다는, 잠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네이버 웹툰 속 이야기들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우리를 다독여준다. 잠시 멈춰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당신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들, 꼭 한 번쯤 만나보길 바란다.